<규장각 각신들의 나날> 출간 이벤트 참여^^

<규장각 각신들의 나날> 출간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성균관 유생들의 나날을 정말 재밌게 읽었었는데
기다리던 <규장각 각신들의 나날>을 만날 수 있어서 정말 기뻤어요.
무엇보다 전작만큼이나 재밌고 더 높아진 퀄리티에 완전 만족 했어요.
정은궐 작가님을 정말 좋아하고 파란의 책들로 정말 좋아하는 저로서는 당연히 이번 이벤트도 참여~
제가 사는 곳에서는 도서전시대를 하는 서점이 없어서 기차를 타고 부산까지 고고씽~ 영광도서에서 폰카로 찰칵!
전시대 밑에 규장각 각신들의 나날 도서가 있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았을 텐데 이리저리 찾아봐도 없더라고요.
그래서 로맨스소설 코너로 갔더니 유일하게 남은 <규장각 각신들의 나날> 한 질! 한번 더 찰칵에다가
책장에서 꺼내서 또 찰칵! 보너스로 제가 가지고 있는 책도 찰칵!
디카로 찍었으면 더 좋았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지만 그래도 나름대로 편집까지!!
<성균관 유생들의 나날>에 이어 <규장각 각신들의 나날>의 고공행진에 그저 기쁠따름!

이벤트 하나> <규장각 각신들의 나날> 도서전시대 찰칵!

이벤트 둘> <규장각 각신들의 나날> 주인공들 5행시

대:박 행진은 이번에도 예외 없구나!
물:량이 남아나지 않으니 찍고 또 찍고!
김(금):일도 규장각 각신들의 나날을 찾는 이들 넘치고 넘치니
윤:희를 선두로 한 잘금 4인방의 얼굴에도 웃음꽃이 피네.
희:희낙락 그들의 활약은 언제까지나 네버엔딩!

가:슴이 설레어 오네.
랑(낭):창낭창한 이 여린 여심을 흔드는 이 누군가.
이:름하야 잘금 4인방!
선:량한 백성을 위해 언제나 고군분투,
준:수한 외모로 남녀노소할 것 없이 사로잡는 매력쟁이들.

걸:핏하면 유혹을 느낀답니다.
오:오늘도 성균관과 규장각을 품에 안고 밤을 지새우자는.
문:제는 다음날 내려앉는 다크써클.
재:신의 탄탄한 몸, 때때로 귀여움을 선사하는 선준, 모성애를 자극하는 용하 이 멋진 남정네들을 보는 게
신:나서 어느새 하루가 지나고 여명이 밝아오는 지도 모르고 빠져듭니다.

여:심을 사로잡는 멋진 잘금 4인방의 등장은 물론이고
림(임):무를 완수하기 위해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네 사람의 기지를 엿볼 수 있는
구:백번, 구천번을 읽어도 질리지 않는 <규장각 각신들의 나날>을 아직도 읽지 않은 자
용:서치 않겠다!
하:지만 지금이라도 읽으면 예뻐해주지~

by 묘운 | 2009/08/25 19:09 | something | 트랙백

진소라's 백일홍

<백일홍>을 다 읽고 나서 가장 처음 한 일은 인터넷으로 백일홍을 검색해보는 것이었다. 갑자기 백일홍이 어떤 모습이었는지 생각나지 않아서이기도 하고, 백일홍에 관한 남훈의 말이 떠올라서 이기도 하다. 배롱나무, 간지럼나무……. 손가락을 가져다대는 시늉만 해도 간지럼을 타는 상진과 닮은 백일홍. 백남훈과 홍상진은 하나. 백일점의 홍상진.

남훈은 상진을 잊고 지냈노라 말했지만, 글쎄…… 내 생각에는 그는 한번도 상진을 잊은 적이 없다는 생각이 든다. 상진의 집에서 세 들어 살던 유년시절이 가장 행복했다는 그가 상진과 헤어지고 나서도, 톱스타가 되어 경제력으로는 풍족해진 시간을 보내며 상진을 잊고 지냈다고 했던 순간도 그는……. 그의 메일 아이디 101hong이 그의 진심을 대변해준다.


‘눈을 감고 정신을 집중하면, 자신의 인생에서 옳은 결정이 어떤 것인지 알 수 있게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107p 中


책 구절 중 가장 와 닿았던 말이다. 인생이라는 항로에는 여러 갈림길을 만나고 선택을 해야 하는 순간도 온다. 비단 사랑에서만 아니라……. 그 선택 앞에서 혼란스러워하기도 하고 옳다고 선택한 길을 지나고 나서 후회하기도 한다. 어떤 게 옳은 결정인지 알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렇다면 실패도 후회도 없지 않을까. 매니저를 해보지 않겠느냐는 강 이사의 제안을 떠나, 상진과 남훈의 관계를 떠나 모든 삶에 적용되는 이 구절로 인해 상진의 심정이 더 포괄적으로 이해되었고 더 잘 몰입할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래서 그녀는 어떤 선택을 할지, 그 선택의 결과가 어떨지 그 주목이 되었다. 


‘홍삼디가 너무 써서 꿀장수랑 다닌다.’ 상진과 남훈의 유년시절은 똑똑하고 야무진 상진이 어수룩하고 착하기만 한 남훈을 돌보아주는 것이 일상이었다. 과제를 하다가도 맛있는 것을 먹다가도 상진은 남훈을 떠올렸다. 어른이 되어서 만난 두 사람의 모습도 유년시절과 다를 바 없어 보였다. 여전히 너무 순수하고 착한, 조금은 모자란 듯한…… 그게 더 백남훈스런 남훈을 옆에서 챙겨주는 상진. 표면적으로만 보면 물론 달라진 것도 있다. 부자는 아니어도 안정된 삶을 누렸던 상진은 아버지가 돌아가시면서 가장이 되어 집안을 돌봐야했고, 아버지 없이 어머니와 함께 부족하게 살았던 남훈은 톱스타가 되어 부러운 것는 화려한 삶을 살게 되었다. 남훈의 어머니가 상진을 향해 ‘감히 넘본다는 식’으로 말하는 것처럼 두 사람을 알지 못하는 세상 사람들에게는 상진이 남훈에게 부족하게 보일 수도 있다. 사람들은 두 사람의 진면모와 진심을 엿보기 보다는 어느 사람이 부족하네, 아깝게 하고 비교하고 견주길 좋아하니깐. 달라진 처지. 상진이 남훈을 모른 척 하고 피했던 것도, 백짓장 남훈에게 친절했던 착하고 예쁜 유년의 상진만을 찾는 남훈에게 선을 긋는 것도 이해가 되었다. 진심은 그렇지 않으면서도 남훈을 밀어내고 때때로 상처 주는 말을 하는 상진이 야속할 때도 있었지만 상진과 남훈이 함께 하지 못했던 시간 동안 변해버린 환경과 어른이 되어서 만난 후 느끼는 괴리감 같은 것에 혼란스럽기도 했을 것이고 과거의 상진만을 바라보는 남훈이 부담스럽기도 했을 것이다. 지난 버린 시간만큼, 변해버린 환경만큼 자신 또한 예전의 착하고 남에게 베풀기 좋아했던 어린 소녀가 아닌데, 자신이 짊어진 것들을 이겨내기 위해 더 냉정해지고 이성적으로 변한 자신은 보지 않고 과거의 잔상에 맞추어 자신을 보는 남훈이 야속하지는 않았을까. 그래서 우정과 사랑 사이에서 애매하게 걸쳐진 자신들의 관계를 애써 친구의 범주에 끼워두려고 했던 것은 아닐까.


친구에서 연인이 되었음에도 여전히 선을 긋는 상진과 연인과 뭐든 함께 나누고 싶은 남훈. 두 사람의 관계를 보면, 착하기만 한 남훈이 항상 참고 져주는 듯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 더 알고 싶고 더 특별해지고 싶지만 때때로 더 이상은 넘어오지 말라는 듯 자신만의 세계를 만들고 밀어내는 듯한 상진에게 서운함을 느끼면서도 애써 참으려고 하는 남훈이나 자신의 여린 면을 보여주기 싫어, 부담 주기 싫어 욕심내기보다는 한 발짝 물러서있는 상진이나 솔직히 다 어리석고 불안해보였다. 제 삼자의 시선에서 바라보기에 이성적으로는 그렇다고 생각하면서도 감정적으로는 그들의 행동이나 심리가 이해가 되었다. 그래서 더 궁금했다. 과연, 그들은 어떻게 그 선을 넘어설까 하는…….


<백일홍>에는 주인공을 제외하고도 다양한 인물이 등장한다. 주 배경이 연예계인 관계로 대다수가 그와 관련된 종사자이지만 다들 개성이 뚜렷하고 매력적이었다. 애정이 안 가는 인물이 없었다. 상진의 애제자로 힘을 주는 인영과 인영의 가족, 항상 미스터리였던 강 이사 영민, 발은호라 불리며 도도한 이미지와는 다르게 알고 보면 진국인 은호, 바람둥이의 이미지지만 아픈 사랑의 상처를 간직한, 다시 기회가 찾아왔을 때 모든 것을 버리고 용감하게 사랑을 쟁취한 민준. 저마다의 특별했던 사연과 사랑이야기를 통해 주인공뿐만 아니라 그 주인공들을 뒷받침해주는 조연들도 더 이해할 수 있었다. 여기서 빛을 발하는 게 바로 진소라 작가의 특유의 필력. 모든 것을 내보이는 것이 아니라 하나 하나 단서를 던져주면서 독자들이 유추할 수 있게 함으로써 그 인물들을 탐구하고 이해하는 데 다가설 수 있었던 것 같다. 절묘했다고나 할까. 솔직히 전작인 <연애레시피>에서는 그런 부분이 아쉬웠는데 이번에는 그런 특색이 더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궁금증을 가지고 인물 하나 하나를 알아가는 재미와 전개를 유추해가는 것에 재미를 느꼈다. 물론, 끝없이 터지는 사건들을 따라가다 숨이 차고 과부하가 될 뻔하기도 했지만. 쉴 새 없이 터지는 사건들 속에서도 어떠한 상황이든  당황하지 않고 허를 찌르며 이성적으로 침착하게 해결하는 상진의 두뇌가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었다.


<백일홍>은 인간미가 잘 드러난 소설이기도 했다. 다양한 인물이 등장하고 그 인물들 각자가 개성이 강한 만큼 다양한 인간 군상을 만날 수 있었고 그 하나 하나의 단면들을 통해서 인간의 여러 감정을 느낄 수 있었다. 상진의 집에 세 들어 살던 과거 때문에 더 상진을 매몰차게 대했던 속물근성의 남훈 모가 너무 하다 싶으면서도 이해가 됐고, 드러낼 수는 없는 사랑을 했지만 자신만의 방식으로 최선을 다했던 영민이나 상처 받기 싫어서 모진 모습을 보였지만 결국 한 꺼풀 벗어내고 성장한 은호나 오랜만에 다 함께 모인 가족들 속에서 이방인같이 느껴지는 상진도, 사랑하는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 배신자라는 오명을 쓰기도 했던 남훈도 더 잘 이해할 수 있었고 가까워질 수 있었다. <백일홍>에 등장하는 다양한 인물들, 그리고 그들이 전하는 인간미는 우리들의 한 단면 단면들을 투영해준다. 그래서 그것이 악하든 선하든, 슬프든 결국은 자연스레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너무 힘들었어. 좋아하기만 할 때는 네가 밉지 않았었는데……. 언제부터인가 네가 미웠어. 나는 그 미움이 자꾸 마음에 걸렸어. 내가 너를 질투하고 있거나, 무시하고 있는 건 아닐까 싶어서. 그런데 이제 알아. 누군가를 사랑하게 되면, 너무 사랑하면 미워하는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는 걸.”

“알아. 그렇게 자세히 설명하지 않아도. 나도 네가 미웠으니까.” 256p 中


미웠다는 말이 더 사랑스럽게 들려온다. ‘애증’이라는 단어가 존재하듯, 사랑과 미움은 떼려야 뗄 수 없는,  어떻게 보면 뒤집어보면 상통하는 감정이 아닐까. 두 사람의 대화를 읽으면서 분명 너무나 사랑하는 사람임에도 때때로 미워지는 감정이 들던 순간이 떠올랐다.

 

“사랑이 그렇게 시시한 거라면 하지도 않았어. 말해주지 않고 남들이 몰라준다고 해서 힘들거나 속상한 게 사랑이라면, 내가 차라리 안 하지.” 310p 中


여느 연예인들의 사랑이 그렇듯 일반인 홍상진과 연예인 백남훈, 두 사람의 사랑은 대중들에게 드러내기 힘들었다. 그런 상황이면 불안해하기도 할만한데 상진의 저 대사 정말 멋지고 현명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개가 끄떡여졌던 순간. 맞아 맞아. 사랑이 시시할 일이 없잖아. 인간을 무엇보다 풍요롭게 하는 아름다운 감정. 남들이 몰라주면 어때? 사랑하는 두 사람이 사랑하고 행복하면 그만이지!  


“니가 날 왜, 얼마나 사랑하는지 민준이 같은 멍청이한테 전해 듣거나, 형한테 듣거나 은호에게 듣고 싶지 않아. 전화로 듣고 싶지도 않고.”

“내가 널 볼 때, 내가 니 손을 잡을 때, 마주 않아서 신발 끝이 닿아 있을 때, 그때마다 말했는데. 그리고 지금도 말하고 있는데.”

“난 바보 맞나봐. 소리 내서 말해주지 않으면 모르고, 이렇게 설명해주지 않으면 모르고.”

“그래서 니가 좋아. 니가 바보 같아서 좋고 니가 바보라서 좋고 계속 바보였으면 좋겠어.” 342p 中


두 사람은 정말 천생연분이라는 생각이 든다. 상진을 착해지고 싶게, 좋은 사람이 되고 싶게 만드는 남훈이나 어수룩하고 일일이 모든 것을 확인받고 싶은, 일명 바보 남훈을 사랑하는 상진이나…… 홍상진에게는 백남훈이, 백남훈에게는 홍상진이 가장 잘 어울린다.


“그냥 너는 홍상진이고 나는 백남훈 같아.”

“무슨 소리야?”

“백년이 지나고 천년이 지나도 니가 홍상진이고 내가 백남훈인건 변하지 않잖아. 우리가 늙어도 또 우리가 세상에서 사라져도.”

“그렇겠지.”

“그럼, 어디에 있든 어떻게 살든, 어떤 모습이든 내가 너를 사랑하고 니가 나를 사랑하는 건 변하지 않았을 거야.” 436p 中


“이상해졌어. 너.”

“응. 난 이상해. 그런데 너도 이상해.” 438p 中


이성적이었던 상진이 솔직하게 마음을 표현하고 , 어수룩해 표현을 잘 못했던 남훈이 또박또박 막힘없이 자신의 마음을 전달하는……. 이별을 겪고 다시 만난 두 사람은 그 떨어져 있는 시간 조금 변하고 성장했다. 더 깊어지고 더 솔직해지고. 서로를 향해 이상하다고 표현하는 두 사람의 대화가 “사랑해”라고 들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건 아마도 변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홍상진스럽고, 백남훈스런 두 사람이기 때문이 아닐까.


읽으면서 정말 따뜻했고 공감이 갔다. 상진과 남훈같은 상황을 겪어보지 못했음에도…….

상진이 오랜만에 만나 오빠를 차마 안아주지 못 하고 조카인 준을 안아주면서 전달했건 것처럼, 상진과 남훈이 서로의 손을 가슴에 대며 서로에 대한 진심을 전달한 것처럼 <백일홍>을 읽은 사람들에게, 그리고 아직 읽어보지 못한 사람들에게 내가 <백일홍>을 읽었을 때의 이 느낌을 전달해주고 싶다. 표현력이 부족해서 잘 전달됐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전달…….


 

by 묘운 | 2009/05/07 19:57 | romance

비연's 기란-결코 쉽지 않은 사랑이야기

정말 후회하지 않을 선택, 역사로맨스를 즐겨 읽는 나로서는 간만에
제대로 된 역사로맨스를 만난 것 같다.
연록흔, 무휘의 비, 궁에는 개꽃이 산다, 성균관 유생들의 나날 등 흡족하게
읽었던 역사로맨스들...<기란> 역시 내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소설이었다.
<기란>의 저자인 비연님의 <메두사>를 읽고 섬세하면서도 거친 야누스적인 필력에
감동해 다음 작품을 고대하고 있던 나로서는 근 4년만에 만나는 비연님의 작품인
<기란>이 여간 반가운 게 아니었다. 전작과 달리 역사물에 도전한 비연님, 처음
도전하는 역사물임에도 불구하고, 플롯이나 스토리 자체가 아주 훌륭했다.
한 여자의 남자로 있을 수 없는 진(眞)의 황제 윤은 황국의 실세로 정국을 주도하는
효열태후와 자불태후 사이에서 흔들리는 황권을 바로잡고 나라를 안정시키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태어나는 순간부터 황제라는 운명을 지니고 태어난 윤은 결코
평범한 남자의 삶을 살 수 없는, 그렇기에 내 마음을 너무도 아프게 했던,
내가 어엿비 여긴 황제이다. 그런 그에게 한떨기 꽃보다 아름답고 청초하지만,
결코 쉬이 지지 않을 기란이 나타난다. 진(眞)의 복속국인 서촉과의 정략혼으로
윤의 후궁이 된 기란은 여느 황궁의 여인들과는 달리 권모술수에 능하지도 않고
겉으로는 연약한 척하나 속으로 음흉한 속셈을 지니고 있는 표리부동한 사람도
아니고 계산적이지도 않다.
아름다운 빛을 띠는 얼굴만큼이나 그 성품 또한 아름답다.
가식없고 진취적이다. 당당하고 강하지만 약자들을 긍휼히 여길 줄 아는 여린 심성
또한 지니고 있다. 그런 매력적인 기란에게 윤은 사랑을 느낀다.
한 여자의 남자로는 있을 수도 없고, 한 여자에게만 사랑을 맹세할 수도 없음에도
불구하고 윤은 기란을 사랑하고만다. 하지만 황제라는 자리에 있는 자신은 기란에게
자신의 마음을 표현할 수 없다.
거기다 자신에게는 병권을 장악하기에 꼭 필요한 어린 정혼녀가 있다.
자신이 원하지 않던 결혼이기에 윤이 반가울리 없던 기란 또한 잘생기고 기개넘치며
나라를 위해 열정적인 황제 윤을 보고 그를 사랑하게 된다.
결코 기란, 자신만의 남자가 될 수 없음에도 말이다.
두 사람은 언제까지일지는 모르지만 함께할 수 있는 동안만이라도 열렬히 사랑을
하고자 한다. 서로를 한없이 은애하고 뜨겁게 보듬어주며 그렇게 사랑을 한다.
그런 두 사람의 사랑을 하늘이 시기한 것일까? 두 사람의 사랑을 반기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황제가 한 여자만을 마음에 품는 것을 두고 볼 수 없는 황실의
음모속에서 기란은 죽을 고비에 처한다. 죽음을 피하기는 했지만, 자신을
시기하고 견제하는 황실에 의해 냉궁에 유페되기에 이른다.
기란은 그 차디찬 냉궁 속에서 세상과 차단돼 살며 가슴 져미는 그리움과 아픔을
홀로 감내해내야만 했다. 밖으로 내뱉지 못한 눈물이 안으로 흘러들어
가슴에 모이고 또 모여서 그랬을까, 그 눈물이 심장 안에서 차가운 강물을
이룬 것일까, 기란은 3년만에 돌아온 황궁에서 사랑따위가 다 뭐냐며, 예전의
자신은 잊어노라 말한다. 아직도 자신을 사랑하는 윤을 차갑게 대한다.
윤과 자신의 사랑을 부정한다. 하지만, 겉으로는 한없이 부정하려해봤자
두 사람의 사랑은 운명이었고, 잊혀질 수도 끊어질 수도 없는 숙명이었다.
기란은 자신의 사랑을 받아들이기로 한다. 결코 윤의 옆자리에 당당하게 설 수
없다 할 지라도 주어진 삶 속에서 후회없는 사랑을 하고자 한다.
치열하고 처절한 황궁의 암투속에서 생명을 위협하는 긴박한 상황 속에서도
두 사람의 사랑을 그 누구도 끊을 수 없었다.
그렇기에 두 사람은 시련을 이겨내고 함께 한다.
애절한 사랑과 긴박한 궁중암투 속에서 가슴 아파하기도 하고 손에 땀을 쥐기도 하며
책장을 한장 한장 소중히 넘기고 가슴에 담으며 읽어나갔다.
기란과 윤이 되어 같이 아파하고 힘들어하기도 했고, 때론 얼굴 가득 미소를 지으며
두 사람의 사랑을 응원하기도 했다. 누구보다도 두 사람의 행복을 진정으로 바랬다.
그래서 행복한 사랑을 하는 두 사람의 끝나지 않을 엔딩이 더 마음에 들었는지도
모르겠다. 욕심 없이 오로지 윤과의 사랑과 행복만을 바란 기란의 모습을 통해
윤과의 사랑이 더 진실하게 다가왔고 현실적이었다.
그리고 윤의 옆자리에서 기란이 언제까지나 함께 하며 아름다운 사랑을
해나가리라 바람을 가지며 세 권에 걸친 두 사람과의 여행을 끝마쳤다.
결코 짧지 않았던 이야기였음에도 불구하고 아쉬움을 느끼며...


역사로맨스만큼 작가의 기량을 드러내는 장르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저 열정 혹은 쓰고 싶다는 마음만으로는 쓸 수 없는 장르라고나 할까,
그렇기에 철저한 조사가 없거나 기승전결이 제대로 잡히지 않는다면
여느 로맨스소설보다 허점이 잘 드러날 수 있는 장르다.
결코 쉽게 쓸 수도 가벼이 여겨서도 안되는 역사로맨스는 배경으로 하는 역사가
실제로 있었던 일이던, 작가가 재창조한 가상의 역사이던 간에 조그만 소재부터 시작해,
고어, 어투, 관직명, 황실의 생활 등 그 어느 것 하나 흐지부지하게 표현해서는 안된다.
하나라도 어색하거나 부족할 경우 스토리 전체의 완성도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어떠한 글이든 간에 작가가 쉽게 쓰지 않으며 나름의 노력과 심혈을 기울이겠지만
나는 이러한 이유로 역사로맨스를 시도한, 그리고 만족할만한 결과물을 안긴 작가들을
존경한다. 물론, 여러 역사로맨스를 읽어본 나로서는 실망스러웠던 역사로맨스도 있었지만
한편의 영화를 읽은 것처럼 남는 것이 많았던 역사로맨스 또한 꽤 많았다.
아직도 가슴에 그 여운이 남아있는 것처럼...
<기란> 또한 그런 작품 중에 하나다.
역사와 로맨스의 결합이라고는 하나, 원체 로맨스소설이라는 장르를 표방하다보니
로맨스 쪽으로 치우치는 경우가 많은데 <기란>은 역사와 로맨스를 적절하게 비중을 둬
절묘한 조화를 이루어 표현함으로써 어느 것 하나 부족한 게 없었던 소설이었다.
한 남자와 한 여자의 사랑으로 끝나지 않고, 정치라는 게 무엇인지,
황제의 고뇌가 어떠한지, 황실내의 권력암투가 얼마나 처절한지를 느끼게 하는 소설이었다.
참 남는 것이 많았던, 읽는 이로 하여금 가슴 아프게도 했지만,
결국 책을 덮으면서 행복을 느끼게 했던 그런 소설이었다.

by 묘운 | 2008/02/27 02:59 | 트랙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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